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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공포 이야기와 인생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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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고스트 아카이브공포 괴담

새벽 네 시, 방문 앞에 앉아 있던 사람

By seoulaura
9월 20, 2026 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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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나는 한 시간 동안 그 등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았습니다.

조금 지나자, 귀신이 아니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방문 앞에 웅크리고 앉은 것이 진짜 사람이라면, 제가 잠든 사이 누군가 제 방에 들어왔다는 뜻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 제가 깨어난 것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1장|새벽에 눈을 뜨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에는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잤습니다. 어느 날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들었고, 어느 날은 저녁을 먹자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잠에서 깨도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곧바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날도 이유 없이 눈이 떠졌습니다.

침대 옆 작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40분이 조금 넘었습니다.

방 안은 깜깜했습니다.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조차 흐려서, 처음에는 제 손의 윤곽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을 마시러 나갈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방문 쪽에서 무언가 눈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둠이 유난히 짙은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이 익숙해질수록 그 부분만 다른 곳과 모양이 달랐습니다.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 바로 옆에 등을 보인 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둥글게 말고 있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것처럼 몸 전체가 어두웠습니다.

저는 그대로 굳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입을 여는 순간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릴 것 같았습니다.

제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2장|움직이지 않는 등

몇 초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귀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에 잠에서 깨 정체 모를 형체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만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더 끔찍한 가능성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면 어떡하지?

귀신이라면 어쩌면 눈을 감고 버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제가 잠든 동안 방문을 열고 들어왔고, 지금은 나갈 길목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려고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생각이 들자 방 안의 물건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휴대전화는 책상 위에 충전해 두었습니다. 책상은 방문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불을 켜는 스위치도 방문 옆에 있었습니다.

전화를 하든 불을 켜든, 침대에서 일어나 저 사람에게 다가가야 했습니다.

가족을 부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 사람이 먼저 일어나면요?

저는 이불 아래에서 손을 천천히 쥐었다 폈습니다. 손가락은 움직였습니다.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의 등을 다시 봤습니다.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 아래로 목이 가늘게 내려왔고, 양옆은 어깨처럼 둥글었습니다. 몸을 웅크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검은 어깨 한쪽에 가느다란 주름이 보였습니다.

잠시 후에는 그 주름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움직인 걸까요.

아니면 제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서 아까 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된 걸까요.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는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었습니다.

그러자 방 안에서 제 숨소리만 지나치게 크게 들렸습니다.


제3장|가장 긴 한 시간

시계를 다시 봤습니다.

새벽 3시 57분.

겨우 십여 분이 지났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같은 일을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달려들어 뒤에서 붙잡는다. 문 쪽으로 뛰어가 가족을 부른다. 베개를 던진 뒤, 상대가 놀란 사이 불을 켠다.

어느 쪽도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상대가 사람이라면 저보다 빠를 수 있었습니다. 손에 무엇을 들고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차라리 고개를 돌려주기를 바랐습니다. 얼굴을 보면 적어도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막상 검은 머리 부분이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면 심장이 세게 뛰었습니다.

돌아보지 마.

저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복도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자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방문 아래로 불빛도 새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조용한 집에서 저만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과 함께.

시간이 더 흐르자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혹시 저 사람도 제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리는 중일까요?

내가 일어나는 순간을 보려고, 저 자세로 가만히 있는 걸까요?

그제야 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무서워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선을 돌린 사이 그가 움직여 침대 가까이 올까 봐.

눈꺼풀이 따끔거렸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이 가까웠습니다.

아직도 방문 앞의 형체는 그대로였습니다.


제4장|아침이 밝자

창밖의 어둠이 아주 조금 옅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 방문 옆 바닥과 검은 형체 사이의 경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머리라고 생각한 부분은 조금 뾰족했습니다.

어깨라고 생각한 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접힌 자국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등이라기에는 아래쪽이 지나치게 넓었습니다.

조금 더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선풍기였습니다.

쓰지 않는 선풍기에 어머니가 검은 비닐을 씌워 두셨던 겁니다. 위쪽을 묶은 비닐은 숙인 머리처럼 보였고, 날개를 감싼 둥근 부분은 웅크린 등처럼 보였습니다. 아래로 늘어진 비닐은 바닥에 모여 앉은 사람의 다리 같은 모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방문 앞에는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4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을 선풍기와 마주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제야 이불을 걷고 일어났습니다. 가까이 가서 비닐 끝을 손가락으로 건드렸습니다.

바스락.

그 소리가 나자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무서워했던 시간이 한꺼번에 몸으로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에필로그|정체를 알기 전까지

날이 완전히 밝은 뒤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처럼 보였습니다.

검은 비닐을 씌운 선풍기.

그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새벽을 떠올릴 때마다 웃을 수가 없습니다.

불을 켜기 위해서는 방문까지 걸어가야 했던 거리. 가족을 부르면 저 형체가 먼저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제가 숨을 쉴 때마다 함께 들릴까 봐 귀를 기울이던 고요함.

그 한 시간은 진짜였습니다.

선풍기가 사람으로 변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 눈에는 분명히, 방문 앞에 등을 보이고 앉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침이 밝아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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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a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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