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시대 돈 버는 법|엔화를 사기 전에 ‘가격 차이’부터 봐야 하는 이유
100엔이 800원대라면 엔화를 사야 할까?
요즘 엔화 환율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엔화를 사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900원, 1,000원이 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실제로 2026년 9월 25일 기준 시장 환율을 보면 1엔은 약 8.61원, 즉 100엔은 약 861원 수준이었습니다. 환전 수수료와 은행별 고시 환율을 제외한 시장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오랫동안 익숙하게 생각했던 ‘100엔=1,000원’과 꽤 차이가 납니다. 환율 조회소
그런데 저는 최근 엔화를 계속 들여다보다가 질문을 바꾸게 됐습니다.
“엔화가 언제 오를까?”
보다
“엔화가 이렇게 싸진 지금, 어디에서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을까?”
이 질문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환율은 투자자에게는 가격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원가이고, 해외 판매자에게는 매출이며, 여행자에게는 구매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큰돈은 의외로 환율을 맞히는 사람보다, 환율 때문에 생긴 가격 차이를 발견한 사람에게서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100엔 861원이 의미하는 것
10만 엔을 가지고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보겠습니다.
100엔이 1,000원이라면 10만 엔은 약 100만 원입니다.
하지만 100엔이 861원이라면 약 86만1천 원입니다.
똑같은 10만 엔인데 원화로는 약 13만9천 원의 차이가 생깁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일본에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이고,
일본에서 상품을 매입하는 사람에게는 매입원가가 내려간 것입니다.
반대로 일본에서 엔화로 매출을 올린 뒤 한국으로 돈을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같은 10만 엔의 가치가 줄어든 셈입니다.
환율이라는 숫자는 하나인데 사람의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바로 여기서 엔저를 보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제 제로금리 국가가 아니다
이번 엔저를 볼 때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일본은 금리가 거의 0%니까 엔화가 약하다”라고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일본은행은 2026년 9월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를 약 1.25% 수준으로 유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 정책은 9월 24일부터 적용됐습니다. 일본은행은 향후 경제·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과 금융완화 정도 조정을 검토할 방침도 밝혔습니다. BOJ
그런데 같은 시기 미국의 금리는 더 높았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2026년 9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0.25%포인트 인상해 **3.75~4.00%**로 정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
그러니까 단순 비교하면
| 구분 | 정책금리 수준 |
|---|---|
| 일본 | 약 1.25% |
| 미국 | 3.75~4.00% |
일본이 과거보다 상당히 금리를 올렸어도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환율은 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경제성장률, 물가, 국제유가, 자금 이동, 지정학적 위험, 시장의 향후 금리 전망까지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환율을 맞히려고 하기보다는 현재 환율이 무엇을 싸게 만들고 무엇을 비싸게 만드는지를 보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엔화를 사서 기다리는 방법
가장 쉬운 방법부터 보겠습니다.
현재 100엔이 861원이라고 가정하고 100만 엔을 산다면 약 861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후 환율이 달라지면 원화 가치는 이렇게 움직입니다.
| 100엔 환율 | 100만 엔의 단순 원화 가치 | 861원 대비 차이 |
|---|---|---|
| 800원 | 800만 원 | -61만 원 |
| 861원 | 861만 원 | 기준 |
| 900원 | 900만 원 | +39만 원 |
| 950원 | 950만 원 | +89만 원 |
| 1,000원 | 1,000만 원 | +139만 원 |
100엔이 다시 1,000원이 된다면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
861만 원이 단순 계산으로 1,000만 원이 되니까요.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언제 그렇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800원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환전 수수료와 매매 스프레드도 있고, 그동안 돈이 묶여 있다는 기회비용도 있습니다.
따라서 엔화를 사는 것은 ‘싸니까 반드시 오른다’는 문제가 아니라 환율 변동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로 봐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 다른 계산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1천만 원으로 엔화를 살 것인가, 원가를 낮출 것인가
가령 1천만 원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엔화를 사놓고 10% 또는 20%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엔저로 싸진 일본 상품 가운데 한국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을 찾아 매입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환율 상승이 없어도 돈을 만들 가능성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수익의 원천이 환율 상승이 아니라 매입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의 차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10만 엔인 상품이라면,
100엔 1,000원일 때는 단순 원가가 약 100만 원이지만,
100엔 861원에서는 약 86만1천 원입니다.
약 13만9천 원의 공간이 생깁니다.
물론 이것이 그대로 이익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국제배송비, 일본 국내배송비, 관세·부가세, 구매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반품·파손 비용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사업의 출발점인 매입원가 자체가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엔저에서 제가 더 관심 있게 보는 것은 ‘회전’
여기에서 투자와 사업의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납니다.
1천만 원어치 엔화를 산 뒤 10%가 오르면 수익은 단순히 100만 원입니다.
반면 상품을 매입해서 판매하는 사업은 같은 자본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품을 사고,
판매하고,
현금을 회수하고,
다시 다른 상품을 사고,
다시 판매합니다.
즉 자본회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매입부터 판매대금 회수까지 2개월이 걸린다면 이론적으로는 1년에 여러 번 자금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에는 재고가 남을 위험도 있고, 가격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광고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20% 마진 × 6회 = 큰돈’처럼 계산하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율 투자는 가격의 움직임을 기다리지만, 사업은 가격 차이를 가지고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5,000엔짜리 상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본 쇼핑몰을 둘러보다 5,000엔짜리 상품을 발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예전 머릿속 계산은 간단했습니다.
5,000엔이면 5만 원.
하지만 100엔이 861원이라면 약 4만3천 원입니다.
상품 하나에서는 약 7천 원 차이에 불과해 보입니다.
그런데 판매량이 100개라면 약 70만 원,
1,000개라면 단순 환산 차이는 약 700만 원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셀러에게 환율은 뉴스에 나오는 경제지표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품 하나하나의 원가표 안으로 들어옵니다.
특히 일본에서 직접 소싱할 수 있다면 엔저 시기에는 평소 경쟁력이 없었던 제품이 새롭게 후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라면 상품을 볼 때 최소한 다음 숫자를 함께 확인합니다.
- 일본 판매가격 → 원화 매입가 → 일본 내 배송 → 국제운송 → 관세·부가세 → 플랫폼 수수료 → 광고비 → 예상 반품비 → 최종 판매가 → 실제 예상 순마진
환율이 싸다는 이유 하나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비용을 넣은 뒤에도 가격 차이가 남는 상품만 찾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엔저는 단순 환율 뉴스가 아니라 소싱 조건이 됩니다.
반대로 일본에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엔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합니다.
한국 제품을 일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직구 사업자라면 엔저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10만 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00엔이 1,000원이라면 약 100만 원입니다.
100엔이 861원이라면 약 86만1천 원입니다.
고객은 똑같이 10만 엔을 결제했고 판매량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원화로 환산하는 순간 약 13만9천 원 차이가 발생합니다.
만약 제품의 매입원가, 직원 급여, 한국 내 물류비, 운영비 대부분이 원화로 발생한다면 그 차이는 그대로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판매자는 매출 화면에서 보이는 엔화 숫자만 봐서는 안 됩니다.
저라면 적어도 세 가지 환율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습니다.
100엔 800원 / 900원 / 1,000원.
각 환율에서 원화 매출이 얼마가 되는지,
광고비를 얼마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할인을 몇 퍼센트까지 할 수 있는지,
순이익이 얼마나 남는지를 미리 계산해 두는 것입니다.
환율을 예측하는 대신 어느 환율까지 버틸 수 있는 사업인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엔화를 사는 것과 일본 기업을 사는 것은 다르다
엔저를 보면서 일본 주식이나 일본 ETF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엔화를 보유하는 것보다 구조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일본 기업에 투자하면 최소 두 개의 변수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첫 번째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입니다.
두 번째는 엔화 환율입니다.
일본 주가가 20% 올라도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크게 떨어지면 한국 투자자가 실제 원화로 느끼는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엔화도 강세로 돌아선다면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투자를 할 때는
“엔화가 싸니까 일본 주식을 사야겠다”
보다
“이 기업은 금리 상승과 환율 변화에서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는가”
를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과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과 부채가 많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엔화 약세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과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게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하나의 상품처럼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싸진 일본에서 ‘무엇을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
엔저가 길어질수록 저는 일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격표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행비가 달라집니다.
호텔 가격의 체감이 달라집니다.
상품의 원화 가격이 달라집니다.
일본 기업의 원화 기준 가치도 달라집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가격도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엔화를 살까?”
에서
“일본에서 지금 상대적으로 싸진 것은 무엇일까?”
로 말입니다.
저는 이 질문의 범위가 훨씬 넓다고 생각합니다.
엔화는 결국 일본 경제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입구이기 때문입니다.
환율 800원, 900원, 1,000원의 사업계획을 미리 만든다면
저는 앞으로 환율 전망을 맞히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예 세 개의 세계를 미리 만들어 놓는 방법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100엔이 800원이라면 일본 상품 소싱 원가는 더 내려갑니다.
대신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엔화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는 불리합니다.
100엔이 900원이라면 현재보다 일본 매입 원가는 올라가지만 일본 판매 매출의 원화 가치는 좋아집니다.
100엔이 1,000원이 되면 일본 상품 수입자에게는 부담이 커지지만 일본에서 돈을 버는 사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해집니다.
환율을 맞히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각 환율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두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가격에서는 조금 사고,
어떤 가격에서는 기다리고,
어떤 가격에서는 더 이상 환율에 노출되지 않는 식으로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측보다 시나리오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엔저 시대의 돈 공부
예전에는 환율 기사를 보면 숫자만 봤습니다.
엔화가 올랐다.
엔화가 내렸다.
달러가 강하다.
금리가 올랐다.
그런데 사업을 해보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환율이 움직이면 누군가의 원가가 올라가고,
누군가의 매출이 줄고,
누군가는 전에 없던 마진을 얻게 됩니다.
결국 돈은 그 사이를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제 제가 환율을 볼 때 가장 먼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숫자가 움직이면서 지금 누가 유리해졌을까?”
그리고 두 번째 질문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엔화로 부자가 된다는 말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처음 엔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제가 생각한 방법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싸게 산다.
기다린다.
비싸지면 판다.
지금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들여다보다 보면 결국 환율이 움직여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반면 환율 때문에 생긴 가격 차이를 보는 순간 선택지는 훨씬 많아집니다.
일본에서 상품을 소싱할 수도 있고,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물건을 팔 수도 있고,
일본 기업을 연구할 수도 있고,
환율 변화에 맞춰 사업구조 자체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100엔이 861원이라는 숫자는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보고 하는 행동은 완전히 다릅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예약합니다.
누군가는 엔화를 환전합니다.
누군가는 일본 주식을 들여다봅니다.
누군가는 일본 쇼핑몰에서 상품을 찾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상품을 한국에서 어떻게 팔 것인지 계산합니다.
저는 바로 이 마지막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가격을 맞히는 것보다 가격이 움직였을 때 생기는 틈을 찾는 것.
아마 앞으로도 제가 계속 공부하게 될 돈 공부는 이런 방식일 것 같습니다.
환율 자체에서 돈을 찾기보다는,
환율이 바꾸어 놓은 세상에서 돈의 흐름을 찾는 것.
엔저를 바라보는 제 시선도 이제 그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특정 환율의 상승·하락을 예측하거나 엔화, 일본 주식 및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환율 변화가 투자와 온라인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며 정리한 개인적인 경제·비즈니스 기록입니다. 환율과 금융시장 상황은 계속 변할 수 있으므로 실제 투자·사업 판단 시 최신 자료와 비용 구조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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