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떠 있던 하얀 것
우리 가족 여섯 명이 낡은 호텔에서 본 것
아버지는 사람을 봤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목을 맨 사람의 그림자를 봤다고 했고요.
저는 하얀 타원 하나만 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형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대신 밤새 가슴이 눌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대들보의 흔적을 확인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은 것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단지 바라본 위치가 달랐을 뿐이었습니다.
제1장|호숫가의 낡은 호텔
이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2000년대 무렵에 겪은 일입니다.
시간이 오래 흘러 정확한 지명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고, 마을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해 가족 여행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형과 저까지 여섯 명이 함께했습니다.
목적지는 아버지가 직장 동료에게 추천받았다는 오래된 호텔이었습니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호수 위로 옅은 물안개가 깔려 있었고, 도로에는 다른 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로등도 드문드문 서 있어 불빛과 불빛 사이에는 깊은 어둠이 고여 있었습니다.
호텔은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아래에 있었습니다.
멀리서 처음 봤을 때 저는 그곳이 영업 중인 건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벽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빛이 바래 있었고, 처마 아래 간판의 글자 몇 개는 떨어져 나가 있었다. 주차장에는 우리 가족의 차를 제외하고 낡은 승용차 한 대만 세워져 있었습니다.
자동문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손으로 유리문을 밀자 오래된 고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끼이익.
로비 안에서는 오래된 나무 냄새와 축축한 다다미 냄새가 났습니다. 향을 피운 것 같은 냄새도 희미하게 섞여 있었는데, 향기롭다기보다는 오래된 냄새를 감추기 위해 억지로 덮어놓은 느낌이었습니다.
프런트에는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직원은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 뒤 묵직한 열쇠를 내밀었습니다. 열쇠에는 작은 나무패가 달려 있었습니다.
복도는 지나치게 조용했습니다.
카펫이 깔려 있어 여섯 사람이 함께 걷는데도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벽에는 빛바랜 풍경화가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 있었고, 천장의 조명은 군데군데 꺼져 있었습니다.
복도 끝에 가까워질수록 호수의 습한 냄새가 짙어졌습니다.
우리가 묵을 방은 복도 가장 안쪽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열쇠를 돌리자 잠금장치 안에서 금속이 몇 번 헛도는 소리가 났습니다.
철컥.
문이 열리면서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습니다.
제2장|다다미방의 대들보
객실은 침대가 있는 서양식 방이 아니었습니다.
바닥 전체에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벽장 안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직접 펴고 자는 일본식 방이었습니다.
방 한쪽에는 낮은 탁자와 낡은 텔레비전이 놓여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호수가 보였지만, 밤이 되자 유리창에는 방 안의 모습만 거울처럼 비쳤습니다.
천장에는 굵은 나무 대들보가 가로질러 있었습니다.
새로 칠한 천장과 달리 대들보는 오래된 목재 그대로였습니다. 나뭇결은 검게 변해 있었고 여기저기 깊은 흠집도 남아 있었습니다.
대들보 근처에는 작은 비상등이 달려 있었습니다.
비상등에서는 희미한 녹백색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방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약한 빛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각자 이불을 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벽장 쪽에 누웠고, 부모님은 출입문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형과 저는 창문 쪽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제 이불은 대들보 바로 아래에 놓였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형과 저는 베개싸움을 하며 한참을 뛰어다녔습니다. 할머니가 아래층 사람들에게 시끄럽다며 혼을 내고 나서야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여행 때문에 피곤했던 저는 금방 잠들었습니다.
그날 밤 처음 눈을 떴을 때, 방은 지나치게 조용했습니다.
호텔 안의 소리뿐 아니라 호수 쪽에서 들리던 벌레 소리까지 모두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머리 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습니다.
끼익.
오래된 나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틀리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잠이 덜 깬 저는 눈만 뜬 채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비상등의 희미한 빛 아래로 하얀 무언가가 떠 있었습니다.
길이는 한 미터 정도였습니다.
정확한 형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자리가 흐릿한 타원처럼 보였습니다. 천장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 얼굴 바로 위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쪽으로 조금 돌아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무언가 줄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끼익.
하얀 것이 움직일 때마다 대들보에서도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비상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장에 달린 조명이 잠결에 크게 번져 보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비상등은 대들보 오른쪽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얀 것은 대들보의 한가운데, 정확히 제 얼굴 위에 떠 있었습니다.
잠이 덜 깨서 방향을 혼동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을 몇 번 감았다 떴습니다.
여전히 그곳에 있었습니다.
더구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그것은 불빛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표면에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얀 형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검은 선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천장의 나뭇결이 비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얀 것이 움직일 때 검은 선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때 아주 희미한 냄새가 났습니다.
젖은 천을 오래 방치했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습니다. 호수에서 올라온 습기 냄새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옆에 누운 형을 깨우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 그랬던 것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머리 위에서 다시 소리가 났습니다.
끼익.
그 순간 하얀 형체가 조금 아래로 내려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비상등이다.
잠이 덜 깬 것이다.
다시 눈을 뜨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제3장|아침의 침묵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족들은 모두 일어나 있었습니다.
평소였다면 어머니는 아침을 준비하고,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켰을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창문을 열어 바깥 날씨부터 확인했을 것이고요.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이불 위에 앉은 채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아침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방 안은 밤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밤새 앓은 사람처럼 창백했습니다.
어머니는 양손으로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차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찻잔 속 물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가슴을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형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이불 끝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몸을 일으키자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너, 어젯밤에 깼었니?”
저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가족들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천장을 가리켰습니다.
“저기 하얀 게 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습니다.
도자기가 나무 탁자와 부딪히며 딱딱한 소리를 냈습니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디에?”
제가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켰습니다.
제 이불 바로 위.
대들보 한가운데였습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도 봤다.”
아버지는 한밤중에 가슴이 답답해 잠에서 깼다고 했습니다.
눈을 떴을 때 제 자리 위로 사람 같은 것이 떠 있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일어나 서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이불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형체는 천장 가까이에 떠 있었고, 두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아주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가슴 위에 무거운 것이 올라앉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그 형체를 계속 바라보는 동안, 천장에 떠 있던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아버지 쪽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목이 한쪽으로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사람의 형체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대들보에 걸린 밧줄 같은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검은 줄이 대들보에서 아래로 내려와 있었고, 그 끝에는 사람의 머리와 어깨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매달려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그림자는 제 이불 위에서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뚜렷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밤새 방 안의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숨쉬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문과 창문을 모두 막고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번이나 잠에서 깼지만 눈을 뜨는 것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방에서 서로 다른 밤을 보냈습니다.
저는 하얀 타원.
아버지는 천장에 떠 있는 사람.
어머니는 목을 맨 그림자.
나머지 가족은 보이지 않는 무게.
그리고 우리가 지목한 위치는 모두 같았습니다.
제 머리 바로 위에 있는 대들보였습니다.
제4장|밧줄이 쓸린 흔적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들보 아래로 갔습니다.
낮은 탁자를 옮겨놓고 그 위에 올라가 천장을 확인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대들보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돼 보였습니다.
검게 변한 목재 표면에 수많은 흠집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가운데에는 다른 자국과 분명히 구별되는 흔적이 있었습니다.
폭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띠 모양의 자국이 대들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만 표면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먼지가 닦여 밝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친 끈이나 밧줄이 오랫동안 마찰하면서 검게 변한 목재 표면을 깎아낸 흔적처럼 보였습니다.
자국 양쪽에는 가느다란 홈이 여러 겹 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만져보더니 곧바로 손을 떼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혹시 비상등 불빛 때문에 착시를 본 것인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커튼을 닫아 방을 어둡게 만들고 전날과 똑같이 비상등만 켰습니다.
희미한 녹백색 불빛이 천장으로 번졌습니다.
그러나 하얀 타원도, 사람의 형체도, 밧줄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비상등은 오른쪽 벽만 희미하게 밝힐 뿐이었습니다.
제가 본 하얀 것은 비상등과 위치부터 달랐습니다.
아버지가 커튼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때 가족 중 누구도 “우리가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더 머물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마을을 둘러보고 하루를 더 보낼 예정이었지만, 아침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짐을 챙겼습니다.
어머니는 이불을 접다가 제 이불 위에서 손을 멈췄습니다.
정확히는 베개를 보고 있었습니다.
베개 한가운데가 둥글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제가 흘린 땀이라고 보기에는 위치가 이상했습니다.
머리가 닿은 부분이 아니라 얼굴 바로 옆이 젖어 있었습니다.
천장에서 물이 샌 흔적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베개를 말없이 뒤집어놓았습니다.
제5장|직원의 대답
우리는 열쇠를 반납하기 위해 프런트로 내려갔습니다.
전날 밤 보았던 직원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나무패가 달린 열쇠를 계산대 위에 놓았습니다.
직원은 열쇠에 적힌 객실 번호를 확인하다가 아주 잠깐 손을 멈췄습니다.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그 방에서 예전에 사고가 있었습니까?”
직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열쇠를 서랍 안에 넣고, 서랍을 끝까지 닫은 뒤에야 고개를 들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소리가 좀 납니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대들보에 밧줄 자국 같은 게 있던데요.”
직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니까요.”
그는 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
사고가 없었다고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자국인지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아버지의 팔을 잡았습니다.
“그만하고 가자.”
가족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을 나왔습니다.
밖은 맑은 아침이었습니다.
전날 밤 호수 위에 깔려 있던 물안개는 대부분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텔 주변에만 얇은 안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차에 올라탄 뒤에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호텔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뒤에야 아버지가 라디오를 켰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자 할머니가 바로 꺼달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는 다시 침묵만 남았습니다.
제6장|마을에서 사라진 사람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아버지는 그 일을 잊지 못했습니다.
호텔에 다시 전화해 확인하려 했지만 직원은 객실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아버지는 인터넷과 오래된 지역 자료를 뒤졌습니다.
호텔에 관한 특별한 기록은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 마을에서 오래전에 한 사람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실종자는 어느 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고, 경찰과 주민들이 주변 산과 호수를 수색했지만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호텔과 관련되어 있다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호텔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도, 그 방에 묵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단지 같은 마을에서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만 확인됐습니다.
아버지는 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아보는 일을 그만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가족도 그날 밤에 관해 거의 말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사람이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것은 서로 약속한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누구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에필로그|나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다
어린 시절의 저는 가족 중 가장 적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람의 형체를 봤습니다.
어머니는 밧줄과 목을 맨 그림자를 봤습니다.
저는 하얗고 흐릿한 타원 하나만 봤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제가 본 것은 정말 비상등 불빛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인이 된 뒤 어느 날, 문득 그 객실의 구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종이에 방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대들보의 위치.
비상등의 위치.
가족들이 누웠던 자리.
그리고 각 사람이 천장을 바라본 방향.
아버지는 출입문 쪽에 누워 대들보를 옆에서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매달린 형체 전체가 사람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 반대쪽에 누워 있었습니다. 비상등과 형체가 겹치면서 대들보에서 내려온 줄과 벽에 비친 그림자를 봤을 수 있습니다.
저는 대들보 바로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만약 사람의 몸이 제 얼굴 위에 수직으로 매달려 있었다면, 저는 그 형체를 옆에서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머리와 어깨, 몸통과 다리가 일직선으로 겹쳐졌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것이 길쭉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가장자리가 흐릿한 하나의 타원처럼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가족 중 가장 적은 것을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봤기 때문에 사람의 형태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제가 비상등이라고 믿었던 하얀 것은 빛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 얼굴 바로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던 사람의 몸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밤중에 들렸던 대들보의 소리.
끼익.
끼익.
그 소리는 오래된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줄에 매달린 무게가 움직일 때마다 밧줄이 나무를 문지르는 소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낯선 숙소에서 잠들기 전 반드시 천장을 확인합니다.
비상구의 위치보다 먼저 침대 위에 대들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혹시 머리 위에 하얀 것이 보여도 절대로 다시 눈을 감지 않습니다.
그 호텔에서 제가 본 것은 방 한쪽에 떠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여섯 사람 중 가장 어린 아이를 골라,
제 얼굴 바로 위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낡은호텔괴담 #호텔귀신 #가족여행괴담 #호숫가호텔 #다다미방괴담 #천장귀신 #목매단귀신 #일본괴담 #실종자괴담 #현실공포 #무서운이야기 #공포소설 #월요기담 #엑스파일고스트아카이브